OpenRouter 데이터 공개: AI 에이전트 사용량은 인간의 5배, 7.3조 토큰이 말해 주는 것
林政賢 ·
ChatGPT를 열고, 지시 한 줄을 치고, 답을 기다린다. 그게 'AI를 쓰는' 일의 전부라고 여긴다. 입력, 대기, 출력 — 당신이 주인공이고 AI는 도구. 이 그림은 틀리지 않았다. 다만 더는 전체 그림이 아니다.
당신은 AI를 쓴다고 생각하지만, 사실은 AI가 AI를 쓰고 있다
OpenRouter는 수백 개의 AI 모델을 하나의 입구에 연결한 플랫폼이라, 남들은 못 보는 트래픽 전체 그림을 본다. 2026년 8월에 공개한 데이터는 이렇다.
OPENROUTER, 2026-02-06 → 2026-08-10
토큰은 AI가 텍스트를 처리할 때의 과금 단위로, 'AI가 생각할 때 태우는 연료'라고 생각하면 된다. 즉 당신이 프롬프트 하나를 보내고 AI가 한 단락을 돌려주는 동안, 그 다섯 배의 양으로 AI가 다른 AI들에게 지시를 내리고, 답을 기다리고,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.
당신이 떠올리는 장면은 '사람이 묻고 AI가 답한다'다. 실제 대부분은 이미 'AI가 묻고 AI가 답한다'가 됐고, 당신은 그저 첫 번째 버튼을 누른 사람일 뿐이다.
'도구'에서 '사용자'로: AI의 역할이 질적으로 변하고 있다
예전에 AI 사용량이라 하면 '몇 명이 질문하고 있나'였다. 프롬프트를 치면 모델이 답을 돌려주고, 오가는 내내 사람이 자리에 있었다. 이 모드에서 AI는 아무리 강해도 본질은 지시를 기다리는 도구다 — 묻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.
에이전트(여러 단계의 작업을 자율 수행하는 AI 시스템)가 깬 것이 바로 이 '기다림'이다. 한마디 답하고 거기 멈추는 게 아니라, 목표를 받으면 스스로 단계를 쪼갠다. 먼저 자료를 찾고, 코드를 쓰고, 돌려 보다 오류를 발견하면 스스로 돌아가 고치고, 고친 뒤 다음으로. 이 과정은 수십 라운드를 돌 수 있고 중간에 사람이 끼어들지 않는다. 이건 더는 '프롬프트에 응답'이 아니라 '프로젝트를 수행'하는 것이다.
차이는 어디서 보이나? '다음에 뭘 할지'를 스스로 결정하느냐다. 사람이 AI를 쓸 땐 당신이 매 단계를 결정하고, 에이전트가 AI를 쓸 땐 에이전트가 매 단계를 결정하며 사람은 맨 처음 목표를 던지고 마지막에 결과를 확인할 뿐이다. 그 중간 — 조사, 코딩, 브라우징, 디버깅 — 에서 AI는 자기 출력을 상대로 일하지, 사람의 프롬프트를 상대로 일하지 않는다. '쓰이는 대상'에서 '다른 AI를 쓰고 있는 사용자'로 바뀐 것이다.
에이전트는 왜 이렇게 많은 토큰을 태우나
ChatGPT에 질문 하나를 하면 답을 한 번 계산하고 끝난다. 일회성 소비다. 에이전트는 그렇게 계산되지 않는다.
뭔가를 하기 전에 먼저 '이 일을 어떻게 쪼갤까'를 생각한다. 이게 한 라운드의 토큰. 생각을 마치면 어떤 도구를 부를지 정한다 — 검색, 코드 실행, 파일 읽기 — 호출 자체에 무엇을 할지 설명하는 토큰이 들고, 도구가 돌려준 결과를 읽어 들이는 데도 토큰이 든다. 읽어 보니 방향이 틀렸으면 한 라운드 더 써서 다시 계획한다. 여기까지 아직 한 단계도 완료하지 않았다. '이 단계를 어떻게 할지 결정'만 완료했다.
실제로 손을 대면 대부분의 작업은 한 번에 성공하지 않는다. 코드가 오류 메시지를 뱉으면 에이전트는 오류 전문을 읽어 들여 원인을 분석하는데, 이 오류 메시지만 수백 토큰일 수 있다. 분석 후 수정판을 쓰고, 수정판은 다시 검증하고, 검증 결과를 또 읽는다. 사람이 3초 보면 어디가 틀렸는지 아는 버그를, 에이전트는 '실행—읽기—분석—수정'을 5~10라운드 돌려야 수렴한다.
사람의 질문은 한 번에 평균 수백 토큰이지만, 에이전트가 중간 복잡도의 작업 하나를 끝내려면 이런 자문자답 내부 루프만으로 만 단위가 쌓인다. 5배의 격차는 에이전트가 5배 더 많은 일을 해서가 아니라, 같은 일을 하는 데 자기 자신과 5배 넘게 대화해야 끝나기 때문이다.
덧붙이자면 청구서는 14배 늘지 않았다. 그 7.3조 중 약 7~8.5할은 캐시 히트(같은 맥락을 반복해서 읽는 것)로 할인된 가격으로 과금된다. 그러니 '사용량 폭발'과 '비용 폭발'은 별개의 일이며, 데이터를 볼 때 분리해서 봐야 한다.
AI가 자기 자신의 최대 사용자라면, AI의 방향은 누가 정하나
예전에 제품을 조정할 땐 사용자 행동을 봤다. 어떤 버튼을 아무도 안 누르는지, 어떤 흐름에서 대부분이 막히는지, 평균 얼마나 머무는지. 이 데이터는 진짜 손가락과 진짜 망설임에서 나왔다. 하지만 트래픽의 5분의 4를 에이전트가 스스로 돌린 것이라면, 이 논리가 아직 성립하나?
에이전트의 '행동 패턴'은 사람과 완전히 다르다. 다음 단계를 누를지 망설이지 않고, 인터페이스가 못생겼다고 이탈하지 않으며, 설정된 루프를 작업이 끝나거나 토큰이 다 탈 때까지 돌릴 뿐이다. 이런 데이터로 제품 결정을 내리는 팀은 기계의 효율 곡선으로 사람의 사용 습관을 추측하는 셈이다 — 이 둘은 애초에 같은 좌표계에 있지 않다.
더 골치 아픈 건 발언권이다. 데이터가 주로 AI 대 AI 상호작용에서 나올 때, '이게 사용자가 원하는 방향'이라고 말할 자격은 누구에게 있나? 에이전트를 짠 엔지니어? 작업을 시작한 사람? 아니면 끊임없이 자기 점검하고 자기 수정하며 실제로 이 7.3조를 태운 AI 자신? 예전엔 '사용자를 관찰'해서 AI가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정했는데, 이제 그 '사용자'의 정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.
우리에게 남겨진 불안한 질문 하나
7.3조 토큰, 인간 사용량의 5배. 이건 저절로 되돌아올 숫자가 아니다. 곡선은 한 방향으로만 가고 둔화 조짐이 없다. 예전의 사슬은 이랬다. 사람이 제품을 쓰고, 제품이 사람의 행동을 모으고, 회사가 데이터로 방향을 조정한다. 이 사슬의 첫 고리는 늘 사람이었다.
지금 그 첫 고리가 교체되고 있다. 에이전트가 스스로 조사하고, 스스로 코드를 쓰고, 다음에 어떤 도구를 부를지 스스로 정할 때, 그것이 만들어 내는 건 'AI 대 AI'의 행동 기록이지 '사람 대 AI'의 사용 기록이 아니다. 이 데이터로 AI가 어디로 가야 할지 판단하는 건, 사실 기계가 기계를 어떻게 섬기는지 관찰한 뒤 사람을 계속 그렇게 섬길지 결정하는 것이다.
인간이 더는 AI의 최대 사용자가 아니라면,
우리는 무슨 자격으로 'AI는 이렇게 발전해야 한다'고 말할 수 있나?
이 질문은 다음에 ChatGPT나 어떤 에이전트 도구든 열기 전에 10초만 생각해 볼 가치가 있다.
이 글의 숫자에 대하여: 에이전트 토큰 0.51조(2026-02-06) → 7.3조(2026-08-10), 인간 0.5조 → 1.4조, 캐시 히트 약 70~85%는 OpenRouter가 2026년 8월 공개한 플랫폼 데이터와 The Decoder, PPC Land 등의 정리에 따른 것이다. 단일 플랫폼의 관측이지 전 세계 총량이 아니며, 추세의 방향은 믿을 만하지만 절대값은 참고로만 보길 바란다.
저자:林政賢(감독 · Gen AI 크리에이터 겸 엔지니어 · 탕이 스튜디오 창업자)